회고록

심심할때마다 이글루스를 들락 날락 거리면서도, 막상 내 블로그를 들어오는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마지막 글을 작성한 시점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던가..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나..

내가 마지막으로 작성한 글과 지금 이 글 사이에..

못할것만 같았던 대학교 졸업이 있었고.

다들 불가능이라고 말했던 호주 대기업 취업이 있었고.

내 결혼이 있었고.

내 집 장만이 있었고.

그리고 지금도 아직 누군가 내 나이를 물어보면 27살이라고 대답할뻔 하는, 호주에 온 이후 나이를 먹지 않은줄로 착각하는 내가 있다.

시간은 끊임 없이 흘러가는데,

나도 알게 모르게 많은것들을 쌓아가는데,


아직도 변함이 없는것만 같은 이 느낌은 어떻게 된걸까.






다음에 이 글을 읽으러 들어오는건 과연 언제가 될까.

그리고 그때는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은 뒤일까.


그게 한달 뒤던, 일년 뒤던, 혹은 수년, 십수년이 지난 뒤일지라도.

어찌 되었건, 그때의 여백에 지금처럼, 기분 좋고, 자랑할만한 일들만 가득 가득 적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나는..

제법 행복하니까.

by 견아 | 2015/07/23 20:04 | 호주 생활 | 트랙백 | 덧글(0)

2011 2학기 12주차 현황.

월요일에 한국에서 말하는 공학설계 비슷한 녀석의 가동 시험이 있었습니다.

2인 1조였는데, 저희 조가 만든건 RFID, 쉽게 말하면 소위 말하는'카드키' 라는 녀석으로 작동하는
자전거 도난방지 제품이었습니다.

잠김 상태에서 강제로 회로를 망가트리려 하면 경고음도 발산하구요.
나름 참신하지는 않아도 쓸만하다고는 생각했던 물건이었습니다.

RFID used bicycle immobilizer


실제 설계도나 회로는 복잡하지 않았던것이 특정 신호를 인식하면 1, 아니면 0 이라는 간단한 논리회로다보니 막상 빵판위에는
별반 꽂을만한 물건이 없었습니다. 사진 우측에 나와있는 Voltage regulator도 잘 보시면 알겠지만 본 회로랑은 연결이 안되어
있습니다.

사실 문제가 되었던건 프로그래밍 이었네요.
이거 두번다시 짜라고 하면 일단 멱살부터 잡고 볼겁니다.

PIC KIT2.
처음 알았습니다. 이런 물건이 있는줄은.
아무튼 열심히 만들었고 제대로 작동했습니다. 점수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금요일에는 레포트 하나와 실험 시험이 하나가 있었습니다.

실존하는 건물(과건물)에 풍력발전기를 달 경우를 상정한 가상의 레포트였습니다만, 결론은 돈 낭비하지말고 그냥 조용히 닥치고
있는거 써! 가 되겠네요.

역시 푸른 지구를 지키는건 참 어려운것 같습니다.



곧 들어가는 13주차.
이번 학기, 후회 없이 맞이하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by 견아 | 2011/10/14 23:06 | 호주 대학 | 트랙백 | 덧글(2)

쿨타임됐다 자살/탈영한 군인들 까자.






그러나 까려면 제대로 알고 깝시다.

군대에서 자살 혹은 탈영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과연 어떤 심리상태에서 그런 대담한 일을 벌일까요.

물론 사람마다 가지각색이겠습니다만,
군대를 가야하지만 아직 군대를 가지 않으신분, 혹은 영영 가지 않으셔도 되시는분들을 위해서 짧은 글을 씁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으신 분들중에게 군대가 왜 그리 힘든지에 대해서 물어볼떄, 종종 몸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것이
아닌가 하는 말을 듣곤 합니다. 일반인들에게 군대라는곳이 훈련소의 이미지가 강해서일까요, 아니면 가끔씩 제대하신분들이 말하는 혹한기, 유격의 이미지일까요.

그러나 정작 제일 사람을 힘들게 하는것은 그런것이 아닙니다.

군대에서 힘들다고 탈영을 하고, 혹은 목숨을 끊는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보통 이등병/일병이지요.
군대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힘든 만큼 그 힘든 생활에 위로를 받는 안식처도 분명히 존재합니다만..

자대에 따라서 천차만별일테지만 일반적으로 이/일병들에게 허락된 안식처는 정말 없다시피합니다.

사회인들의 일과가 시간단위로 짜여진다고 하면 이/일병들의 일과는 분단위로 짜여집니다.

무슨말인고 하니 사회인들의 시간표가 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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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등교/출근(을)를 하기위해서 6시 반 쯤 기상을 해서
7시 반에 집에서 나가고 8시에 회사/학교에 도착을 해서
12시쯤에 점심을 먹고 5시 즈음에 퇴근/하교.
-
(물론 그 이후에 개과장/미친부장에 의한 반 강압적 야근 혹은 진짜 일과에 치인 야근과 고등학생들의 경우 야자가 있겠습니다만 일단 제외)

..라고 한다면

-
제 군생활에 기반한 이등병들의 시간표를 대충 말씀드리자면..

5시 55분에 기상 5분뒤에 내무실 불을 켤 준비.
6시에 내무실 불을 켜고
6시 15분 까지 각종 기기들에 적힌 날자를 바꾸어 적고
6시 30분까지 내무실 정리 및 일과갈 옷차림 준비 그 사이에 쌓여있는 내무실원들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빨랫대를 정리.
6시 35분까지 밖으로 뛰어 나가서 식당에 아침을 받아넣을 배식차를 기다리고
6시 50분까지 배식준비 완료.
7시 까지 사무실로 귀환 아침행사.
7시 반까지 식사를 마치고 공구정리.
8시까지 아침을 먹은 배식기구들 설겆이를 하고 일과 투입.
11시경 일과도중 점심이 되기전에 저 멀리 점심 배식차가 오면 죽어라고 다시 식당까지 뛰어가서 배식받아놓고 일터로 귀환.
12시경 전원이 점심식사를 마치면 그 이후에 재빨리 설겆이를 마치고 다시 일과 투입
1시경 열심히 일하다가 다시 저녁 배식차가 오면 다시 배식을 받아놓고 일과.
5시경 저녁식사후 설겆이 그리고 내무실로 돌아와 고참들 빨래 정리 및 분류후 각각의 사물함으로 분배.
6시경 다시 일터로 내려가 공구정리 + 사무실 정리.
8시에 30분간 내무실 청소및 화장실 청소.
그리고 9시까지 약 30분간 청소상태를 검사를 맡고 점호준비.
9시 반즈음 점호를 받고 10시가 되면 취침.. 일줄 알았지만 집합.
대략 30분쯤 깨지고 10시반에 취침.

그리고 5시 55분에 기상.
그리고 무한 반복.
-

입니다.
저기에 정해지 시간은 위에서부터 정해진, 지키지 못하면 돌아오는것은 욕밖에 없는 선고같은것입니다.
T.O라고들 하지요.

바쁜것도 바쁜것이고 힘든것도 힘든것입니다만, 제일 사람을 힘들게 하는것은 저 일과 사이사이에 들어간, 실수를 할때마다
찾아오는 집합이라는 이름의 갈굼. 일이 바쁜나머지 당장 갈굼을 받지 못하면 그만큼 취침시간 이후에 당하는 집합의 시간이 길어집니다.

누군가의 귀한 아들, 존경받는 형, 예쁨받는 동생, 멋진 선배, 잘난 남자친구에서.

걸레 하나 제대로 빨지 못하는 병신.
공구 이름하나 제대로 못외우는 등신.
행동이 느려터져서 24명치의 침구류를 각을 잡는데 5분이상이나 걸리는 찐따.
청소할때 라지에이터 뒤에까지 닦지 않는 뺑끼쓰는 약아빠진 새끼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자대 배치후 3일이내입니다.

모든 행동을 할때는 뒤에서 실수를 지적해주기 위한 고참이 한명이 꼭 붙어다니며, 그 지적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지적이 아니라 지랄입니다. 그 와중에 마음편히 쉴 시간이요? 담배 한대 편히 필 시간조차 가지지 못하는게 일반적일겁니다.

오늘 하루 힘들었다고 같이 치맥을 달려줄 친구도 없고,
배가 고픈데 저녁을 차려주실 어머니도 안계십니다.
보고싶고 목소리를 듣고싶을때 언제라도 보고 들을수 있었던 여자친구는 기말고사에 치여 전화하기도 힘들구요.

도무지 이 빌어먹을 기분을 풀어줄 수단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하루하루를 실수와 실수로 인한 욕과 자괴감으로 점철시켜가다보면 어느새 자대에 온지 약 3개월.
분기 하나가 지나갑니다만..

오늘 하루도 소등시간 이후 화장실에 끌려들어가 욕을 한바가지 먹고 돌아와서 침상에 눕는데..
내년 이맘때도 아직 상병밖에 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 빌어먹을 짓거리를 365일을 더해도 난 아직도 저 철조망을 못벗어나는구나.. 라는 생각.
그런 우울한 망상을 하며 잠에 드는데 꿈에서는 제대를 하고. 멋지게 개구리모자를 눌러쓰고 부대밖으로 나오지만
때맞춰 5시 55분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는 빌어먹을 생활이 바로 제가 경험한 군대였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끼치네요.

그리고 이 빌어먹을 패턴은 약 반년정도가 지났을때부터 누그러들기 시작해서
일년이 지나고 나면 꽤나 편안해집니다.

6시에 기상해서 7시에 밥먹고 일하다가 점심먹고 일하다가 저녁먹고 돌아와서
애들 좀 감시하면서 청소상태 점검하다보면 하루가 지나가지요.

그러나 문제는 저 일년입니다.
보통 문제가 터지면 저 안에서 터지지요.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를 어찌해도 풀지 못하고 극단의 일탈을 저지르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결코 쉬운생활은 아니었습니다만.
죽고싶다는 생각 단 한번도 안한것도 아닙니다만.

그래도 탈영도 자살도 하지 않은것은 20년간 밖에서 잘 살아온 자신에게 창피해서였습니다.
20년을 살아왔는데 2년을 못참아서 죽을수는 없잖아요.

누구는 죽었을때 슬퍼하실 부모님 얼굴이 생각이 난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한다면?

...

탈영, 자살. 사실 제가 봤을때 그 정도의 극단적인 선택이면 동정의 여지따위 없습니다.

신나게 까주시면 됩니다. 그 행동 이후 똑같은 경험을 했음에도 버텨오고 있는 부대원들이 받을 어마어마한 고통과 스트레스.
그리고 그 고통은 새발의 피만큼도 안될 부모님과 가족들 친구들의 슬픔.

20년을 누군가의 아들, 가족, 친구로 살아왔음에도 그 모든걸 자신의 고통과 맞바꾼 그 행적은 신랄하게 까주시면 됩니다.

그런데, 그래도.
까기전에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고 까줍시다.

불쌍하잖아요.

..

그래도 깝시다.
잘못한건 까줘야죠. 암요.



실탄이 피시방에서 코인충전하고 구매에 클릭질하면 구할수 있는 물건인줄 아시나요.
댁도 까려면 좀 알고 깝시다.

by 견아 | 2011/06/08 00:16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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